울릉도여행
10. 17
십여년 전에 흑산도 여행을 갔다 배멀미로 엄청 혼이나고 난 다음 바다여행은 꿈도 못 꾸고 있었는데, 이번에 애들이 울릉도를 가잖다. 지난 번 마을 여행때 키미테 붙이고 갔더니 멀미하지 않아 용기를 내서 따라 갔다.
아침 10시에 집에서 출발해서 포항 내연산에 도착하니 오후 3시경이다. 애들은 18일 오전에 도착해서 간다지만 워낙 거리가 멀다보니 전날 가서 주변의 좋은 곳을 둘러 보기로 했다. 전에 지인 한 사람이 내연산이 그렇게 경관이 좋다고 말들을 하길래 용기를 내봤다.
포항의 寶鏡寺 주차장에 주차하고 전망대까지만 올라가기로 했는데, 거리가 3키로가 넘는다. 시간이 되는대로 가보기로 하자.
제일 먼저 나타나는 것이 개울에는 물이 없는데, 길가에 만들어 놓은 수로에 물이 엄청나게 흘러간다. 개울로 내려가는 물길을 도로 옆 수로쪽으로 돌려 놓았다. 괜찮은 아이디어다.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조금 올라가니 처음부터 나타나는 폭포가 두 줄기 쌍생폭포다. 계곡에 있는 12폭포 중에 첨 나타난 폭포다. 경관이 괜찮다. 이러저러한 폭포가 계곡속에 있다지만 다 보기엔 시간이 안될거 같다. 전망대까지만 가자. 주차장에서 거리가 약 3키로 정도. 무릎과 발목이 불편하다는 안식구 모시고 억지로 전망대까지 올랐다. 과연....
계곡의 건너편 까마득한 암벽 위에 웬 정자가 눈에 들어 온다. 이름이 선일대. 관악산 연주암에 비견하게 된다. 전망대는 유리도 깔아놓았는데, 아래를 내려 보니 경치가 참 대단하다. 큰 물줄기가 보이는데, 연산폭포란다. 그 쪽도 가 봤으면....名不虛傳. 올라 오기를 잘 했다. 우리나라 명승지가 많지만 이곳도 빠지지 않는 곳이다.
내려와 내일 떠날 포항여객선터미널 근처 숙소를 잡고 24시콩나물 국밥집에서 소주 한 잔과 저녁을 먹고 쉬었다. 내연산 참 좋다. 담에 기회가 있으면 12폭포를 다 둘러 봐야지.
상생폭포
내연산 전망대
10. 18
9시까지 터미널에 와야 된다고 해서 7시에 콩나물 집에서 식사를 하고 터미널로 가니 애들이 먼저 와 있다. 마트에서 삼각김밥을 먹겠단다. 아침에 뜻뜻한 국물이 있어야 하는데....
걱정이 이삼일 동안 일기가 상당히 불순하단다.
옛날에 흑산도 갈 때 멀미로 쓰레기통을 안고 갔었는데, 비바람이 엄청나다니 걱정이 태산이다. 귀미테 붙이고 9시50분에 엘도라도 익스프레스 호가 출발. 읽을 거리 보면서 3시간가까이 갔더니 울릉도 도동항에 도착했다. 걱정했던 멀미는 소식도 없이....
다음 날부터 그 다음 날 까지 비바람이 엄청나서 독도에 발을 디디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오후에 아예 독도까지 다녀 왔으면 좋겠다고 신서방이 말한다. 여기까지 와 독도에 발도 못댄다면 헛일 아니가.
승용차를 랜트해서 신서방 왔다갔다.... 그 좁은 울릉도 길 운전한다고 고생했다. 신서방.
민박집에 집을 내려 놓고,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저도항에서 독도행 배에 올랐다.
1시간 반 정도에 독도에 도착. 그림으로만 보던 곳에 도착하였다. 선객들 대부분이 태극기를 들고 왔다. 참 대단들하다. 어떤 사람들은 기타와 앰프로 가져와 머무는 30분동안 연주를 한다. 마음으로는 저 위 꼭데기 까지 올라 봤으면 했지만.... 참아야지.
다시 울릉도로 돌아와 민박집에 들어 가보니, 이건 뭐 특급 호텔이 따로 없다. 그 작고 좁은 집을 리모델링을 해서 깨끗하기가 짝이 없고, 위치가 높다보니 멀리 동해가 한 눈에 다 들어온다. 신서방이 친절한 택시기사에게서 알아 본 횟집에서 저녁을 실컷 먹고 숙소에 와 쉬었다. 바람도 엄청나고, 비도 역시 엄청나다. 낼 계획은 울릉도 주변도로 일주한단다. 날이 좋아얄텐데.
거센 풍랑을 뚫고....
도동항구
10. 19
예상했던대로 비바람이 엄청나다. 모든 배는 정지되었고, 관광객들도 발이 묶였다. 밖에 나갔다 바람만 실컷맞고 숙소로 돌아왔다. 오다 보니 큰 수족관에 문어 가득히 있다. 신서방이 문어 한 마리를 사 들고 집에 왔다. 점심은 문어로....그리고 집에서 갇혀 하루를 지냈다. 이날 이 신서방 생일이라 고깃집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애들은 쪼코파이로 케잌을 만들고. 축하한다. 신서방.
10. 20.
성인봉을 오르는 날이다. 작년에 3대가 한라산 백록담을 올랐는데, 성인봉도 만만한 높이가 아니다. 986미터라는데, 기계상으로는 1020이다. 저도항쪽에서도 오르는 길이 있다하여 점심 준비를 해서 6식구가 오르기 시작했다. 두 손녀에게는 만만한 길이 아니지.해변에서 오르기 시작하니 생다지로 1000미터를 오르는 것이니, 애들에게 얼마나 힘들 것인가. 그런데 이 길을 사람들이 많이 오르는 길이 아니다 보니 좁고 험한 길을 오르는 게 쉬울 리가 있다. 애들이 힘들어도 말 없이 오른다. 고맙다. 나에게도 좋은 추억이 되겠지만 너희들에게도 얼마나 큰 추억이 되겐니. 도동에서 올라오는 길을 만나고, 또 두어번 쉬어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기록으로는 986미터라는데, 기계에는 1020미터란다. 얘들아 고생했다.
전날 내린 비로 시계가 확 튀였다. 참 아름답다. 이런 경관을 보기가 쉽지 않을 거다.
정상에서 인증샷, 그리고 조금 반대쪽으로 내려가지 나리분지와 동쪽바다가 시원하게 보인다. 참 좋다.
조금 아래쪽에 내려와 준비해 간 식빵 두어쪽씩 먹고 나리분지쪽으로 내려간다. 계획이 나리분지쪽으로 내려가 섬을 반대쪽에서 버스로 저동으로 오기로 했었다. 그런데 내려오다 보니 한쪽을 나리분지쪽이고, 한 쪽은 저동초등학교라는 이정표가 있다. 그러면 굳이 나리분지 쪽으로 갈 이유가 없다. 거리도 얼마되지 않는다. 그래 여기서 저동쪽으로 내려가자. 울릉도가 워낙 가파른 지형이라 올라가는 거 보다 내려오는게 더 힘이 든다. 그래도 두어시간 내려오니 바로 숙소에 도착한다. 참 다행이다.
저녁때까지 푹 쉬고 저녁은 통닭과 오삼불고기 파티를 벌렸다.
해운사에서 연락이 왔다. 원래 오후2시 출발인데, 오전 10시로 변경되어 출발한다고... 잘됐다. 조금이라도 빨리 가야지.
성인봉 정상 뒤편의 전망대에서
10. 21
포항으로 떠나는 날이다.
사동항까지 출발 한시간전에는 도착해야 하니, 7시에 일어나 아침 먹고, 8시반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저동을 출발해서 이번에 출발하는 항구는 사동항이란다.
울릉도 지형이 그렇지만 포구로 바로 갈 방법이 없다. 버스는 산쪽으로 한참 올라왔다가 다시 내려가서 도동항으로 가고, 도동에서 다시 한참 올라가 사동쪽으로 간다. 그런데 길은 좁지, 길가에 세워 둔 차는 많지, 경사는 장난이 아니지... 이런 길을 운전하는 기사가 그저 존경스러워만 보인다. 섰다 갔다, 또 섰다 갔다. 도대체 이 기사들은 어떤 면허를 가지고 있는건가? 울릉도 골목길 운전면허..... 어렵사리 사동항에 도착, 탑승권을 사고, 오전 10시에 출발해서 포항에 도착하고. 다행이 이번에도 멀미없이 3시간을 견뎠다. 고맙지.
1시에 포항에서 또 콩나물 국밥으로 점심먹고, 경주 캔싱턴리조트에서 쉬었다. 원래 경주를 쭉 둘러 볼 계획이었는데, 모두 피곤해서 생략하고 하루를 푹 쉬었다.
비가 엄청 왔다.
울릉도 시내버스 안. 기사의 운전솜씨가 놀랍다.
10. 22
모두 집으로 향하는 날이다. 된장국도 끓이고, 라면도 끓이고...모두 아침 잘 먹고, 계산할 거 계산하고.....
아이들은 전남 장성 저희들 집으로, 그리고 우리는 우리집으로. 양쪽 다 3백키로가 넘는다. 서너시간은 족히 달려야 집에 갈 거 같다.
10시쯤 출발해서 집에 오니 오후 3시가 다 됐다. 오다 치과에 들러 실밥 걷어내고.
와서 보니 살찐이도 저희 집 지키고 있고, 닭들도 알을 여남은개 낳아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래 얘들아 고맙다. 담에는 한 열흘동안 집 잘지키고 있어야 한다...
이번 여행의 목적이 세가지. 독도여행, 성인봉오르기, 그리고 울릉도 주변길 걸어보기 였는데, 아쉽게도 한가지를 못했다. 비바람이 그렇게 세니 주변길은 어쩔 수 없었다고 신서방이 말한다. 독도와 성인봉 두가지만 해도 백프로다. 고맙다.
3대가 같이 이렇게 추억만들기 한 것이 두 번째, 한라산에 이어 성인봉. 담은 어디로 하실래.
그래 이런 기회를 자꾸 만들어 주는 자네가 참 고맙다. 담에도 좋은 곳을 삼대가 같이 해보자. 나하고 가면 발목 아프다고 엄살 부리는 장모님, 이번에 그높은 산에 올라도 아프다는 소리 거의 안하더라. 모든 것이 신서방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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